길, 바람, 사람

성북동 <길상사>

아직 오늘 중 2011. 10. 17. 21:13

남자답게 굵직하게 잘 생긴 얼굴의 시인, 백석.

내가 좋아하는 그의 시들 중 하나인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나'가 나타샤를 사랑해서 밤새 눈은 내리고, 그 눈은 쌓여가고

'나'는 당나귀를 타고 나타샤와 함께 마가리에 가서 살겠다는 꿈을 꾼다.

오지 않을 리 없는 나타샤를 기다리며

'나'가 나타샤를 사랑하여 밤새 눈을 내리고......

 

자신이 그 시속의 나타샤라고 얘기했던, 백석의 숨겨진 여인 김영한씨가 세우고

법정 스님이 주지로 있어 유명해진 절, 길상사에 다녀왔다.

 

 

 

사천왕이 없는 일주문을 지나 바로 보이는 경내 풍경은 소담했다.

 

 

날씨가 좋아 바람소리는 더 깨끗하게 느껴졌다.

 

 

이미 단풍이 들어버린 나무들도 아름다웠고

 

 

구름 한 점 없던 하늘도 가을다웠다.

 

 

경내에서 바라본 일주문의 모습

 

 

 

누각이 없이 극락전 왼편에 매달려있던 목어와

 

 

승천하는 용이 새겨져있던 기둥

 

 

경을 읽는 스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극락전 뒤편으로 올라가면 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잔잔한 소리를 냈다.

 

 

 

 

조촐하던 길상사를 닮은 담쟁이들은 제 스스로 가을을 찾아가고 ...

 

 

어딘가 성당의 성모상을 떠올리게 하는 불상이 친근해 보였다.

 

스님의 경 읽는 소리가 어딘지 구슬퍼 햇살을 받으며 그 앞에 앉아있고 싶어지던 그 곳....

좋은 사람과 함께 아무 이야기없이 오후내내 앉아 있다와도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